영양실조 치료식부터 책가방까지…'보관' 대신 '신속 공급' 원칙
"필요한 장소에, 적절한 시간에, 최적의 상태로 전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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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두알라[카메룬]=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분쟁과 전염병,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제때 전달하는 일은 인도적 지원의 출발점이다.
카메룬 서부 항구도시 두알라의 유니세프 물류창고는 카메룬 전역을 비롯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수단 등 인접 국가에 각종 구호 물품을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다. 물품 통관부터 화물 운송, 품질 검사 등 공급망 전반을 담당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가 방문한 약 2천250㎡ 규모 창고에는 영양실조 치료식과 의약품, 위생용품, 교육·놀이 도구 등 다양한 구호 물품이 보관돼 있었다.
두알라 물류 창고의 운영 원칙은 '필요한 물품을 필요한 장소에, 적절한 시간에, 최적의 상태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을 보여주듯 창고 내부에는 곳곳에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구호 물품을 장기간 쌓아두기보다는 물품이 들어오는 즉시 필요한 지역에 보내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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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온도에 민감한 물품을 보관하는 별도 창고에는 말라리아와 콜레라 의약품 등이 쌓여 있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약품을 미리 확보해두고, 인접 국가에서 긴급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트럭을 이용해 현장으로 운송한다.
현장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구호 물품 중 하나는 영양실조 치료식(RUTF)이다.
1996년 개발된 RUTF는 땅콩버터와 비슷한 형태의 고열량 영양식으로, 별도의 조리 과정 없이 바로 섭취할 수 있다. 개당 500칼로리에 달해 영양실조 어린이가 하루 2개를 섭취하면 빠르게 1천 칼로리의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RUTF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중증 영양실조 어린이를 치료하려면 수 주 동안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료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열악한 지역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RUTF의 보급으로 아동들은 의료시설에 장기간 머물지 않고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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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구호 물품은 의약품과 영양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동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놀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과 장난감 등으로 구성된 놀이 도구도 제공한다.
아동을 위한 '존엄성 키트'(Dignity Kit)도 눈길을 끌었다. 여러 개의 바구니가 층층이 쌓여 있는데 5∼9세 여아를 위한 키트를 열어보니 수건과 속옷, 비누 등 위생용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유니세프 로고가 적힌 책가방 안에는 공책과 볼펜, 연필 등이 담겨 있었다. 실제 카메룬 곳곳을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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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 카메룬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두알라 물류창고에서 만난 유니세프 물류 전문가 루카야투 씨는 "나 역시 다섯 아이의 엄마"라며 "카메룬의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생각하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원 현장을 방문할 때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고도 했다.
루카야투 씨는 "약 1년 전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이들이 있는 지역을 방문했는데 서너 명은 걷거나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였다"며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보고, 우리의 지원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드는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사명감만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직접 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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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김채린]
그는 지원을 기다리는 세계 곳곳의 아이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루카야투 씨는 "우리는 여러분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픔을 함께 느끼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고 가능한 한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배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 하늘이 유일한 한계가 될 것(사실상 한계가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lyn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7일 15시35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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