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보통 이탈리아 ITA 항공 전세기 이용…'셰퍼드 원' 별칭 붙어

이미지 확대 작년 11월 전세기 탑승하는 레오 14세 교황

작년 11월 전세기 탑승하는 레오 14세 교황

[바티칸/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레오 14세 교황이 오는 6일 남미 3개국 순방길에 오른다.

교황이 이용할 항공편은 이탈리아 최대항공사 ITA(알리탈리아 항공의 후신)의 AZ4000편 전세기다.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교황청에는 상시적으로 운용하는 교황 전용기가 없다. 교황의 외국 방문 시 보통 출국길엔 ITA 항공의 전세기가 이용되고, 귀국길에는 방문국 대표 항공사의 여객기를 이용하는 관행이 있지만, 일정과 운항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다.

교황 전세기는 대개는 이탈리아 최대 항공사 ITA가 운용하는데, 항상 그런 것도 아니다. 바티칸이 교황 전세기 운항을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하기 때문이다.

요르그 에버하르트 ITA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가 정기적으로 바티칸의 주요 교황 전용기 운항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항공편 운항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교황의 하늘길을 책임진다는 상징성과 브랜드 가치 때문에 전세기 운용사를 자임한다는 얘기다.

교황이 탑승한 전세기는 셰퍼드 원(Shepherd One)이라는 영예로운 별칭이 붙는다.

전 세계 가톨릭 신도들을 이끄는 목자인 교황을 상징하는 '셰퍼드'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호출부호인 에어포스 원(공군 1호기)의 '원'을 합성한 말이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 때에도 교황이 탑승한 항공기에 셰퍼드 원이라는 호출부호가 쓰였다.

셰퍼드 원은 정시에 출발하는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ITA의 다른 항공편 중 절반 이상이 정시에 출발하지 못한 것과 달리 교황의 전세기는 거의 항상 정시에 운항했다.

일반 여객기에 적용되는 기내 수하물 제한 규정은 셰퍼드 원에는 없다. 활주로로 이동하는 동안 승무원들은 교황과 동행하는 취재진이 소음 없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안내방송이나 안전 관련 영상 상영을 생략한다.

순방 동행 기자들이 앉는 이코노미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 등받이에는 교황의 문장이 수 놓인 작은 천 조각인 안티마카사르가 덮여 있다.

교황은 셰퍼드 원의 비즈니스석에 탑승하고, 식사도 모든 탑승객에게 차별 없이 제공된다.

80회 이상 역대 교황들의 해외 방문 항공편에서 객실 서비스를 책임진 ITA 항공의 베테랑 사무장 제나로 아나스타시오(67) 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때는 교황과 수행원들이 고급 식사를 한 반면에 기자들과 바티칸 일반직원들은 이코노미석의 기내식을 먹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 때부터 이런 관행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작년 11월 전세기 조종석에서 인사하는 교황

작년 11월 전세기 조종석에서 인사하는 교황

[바티칸/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세기에 탑승해 기내 성직자 만찬을 참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자들은 무엇을 먹냐고 묻자 객실 승무원은 일반석 기내식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자 교황은 "나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그 후로 기내에서 기자들은 성직자들과 같은 식사를 하게 됐다고 아나스타시오 씨는 전했다.

다만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국인 아르헨티나산 하바나 레몬 쿠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교황의 모든 비행편에 이 쿠키를 공수했다. 또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끔 기내식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와 아말피 레몬을 곁들인 리소토를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이번 남미 3개국 순방을 앞두고 레오 14세 교황으로부터는 어떤 요청이 있었냐는 NYT 기자의 질문에 아나스타시오 씨는 특별한 요청은 아직 없었다면서 레오 교황이 "정말로 소탈한 분"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3일 12시00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김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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