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래

독일 클라도 자연에서 영감…산책하며 마주한 풍경을 회화로

본화랑서 '그리고 나는 끝없이 방랑한다'…1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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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자연을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는 눈앞의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무의 가지와 잎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산의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과정은 자연과 관계 맺는 동시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색의 시간이 된다.

한국화가 김종규(39)는 자연을 소재로 이러한 회화적 탐구를 이어왔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화면에 옮기는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드러내 온 작가는 이번에는 '방랑'이라는 주제로 풍경과 사색의 관계를 풀어낸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본화랑에서 김종규의 개인전 '그리고 나는 끝없이 방랑한다'(Und ich wand're sonder Maßen)가 30일부터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 스무 번째 곡인 '이정표'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끝없이 방랑하면서도 쉼을 찾는다는 노랫말에는 끊임없이 이동하면서도 안식을 갈망하는 인간의 역설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독일 베를린 외곽 클라도(Kladow)에서 경험한 풍경이다. 독일을 여러 차례 방문한 작가는 그곳의 호수와 숲, 나무와 산의 능선을 마주했다.

어둡고 스산한 독일의 겨울 풍경과 슈베르트의 음악은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을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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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는 초기 작업에서 역광을 받아 검은 실루엣으로 드러난 나무에 주목했다.

나무의 윤곽을 농묵으로 촘촘하게 그리고, 가지와 잎의 형태를 수많은 가는 획으로 쌓아 올렸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짙은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무수한 가지와 잎이 모여 만들어진 형상임을 알 수 있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나무 한 그루에서 산과 능선 등 자연의 넓은 풍경으로 확장됐다. 나무의 세부를 집요하게 묘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산의 능선을 넓고 정제된 면으로 표현하면서 자연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공간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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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작 '반제'

[본화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반제'(Wannsee)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가로로 긴 화면에는 호수와 먼 산의 능선이 수평으로 펼쳐지고, 화면 앞쪽에는 나뭇가지와 풀의 실루엣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가까운 곳의 식물은 가느다란 선으로 세밀하게 묘사하지만, 멀리 있는 산은 넓은 면으로 단순화해 거리감을 표현했다.

관람객의 시선은 전경의 나뭇가지와 풀 사이를 지나 호수로 향하고, 다시 먼 산의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하나의 시점에서 포착한 풍경이라기보다 자연을 거닐며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옮기는 동안 경험한 여러 장면을 한 화면에 담았다.

작가가 직접 찍은 자연 사진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에는 회화의 출발점이 된 독일 클라도 등의 풍경이 담겼다. 사진과 회화를 함께 살펴보면 자연에서 경험한 풍경이 작가의 기억과 감각을 거쳐 어떻게 새로운 회화로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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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는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줌인' 최우수상, 2023년 제7회 광주화루 우수상, 2026년 제17회 겸재 내일의 작가상 특별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laecor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31일 07시01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박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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