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개막…창단 이래 최초로 여성 단원들로만 구성

소포클레스 고전의 재해석…운명 앞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선택 조명

이미지 확대 국립창극단 '오이디푸스' 연습실 시연

국립창극단 '오이디푸스' 연습실 시연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연습실 가득 울려 퍼진 여성 소리꾼의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의 깊은 절규가 담겨 있었다.

서양 고전이 지닌 비극의 서사가 한국 판소리 특유의 깊은 한을 타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5일 서울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미리 만난 국립창극단의 신작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한국적 정서와 판소리의 호흡으로 풀어낸 무대였다.

시연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으로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한 최진아 연출은 "배삼식 작가가 각색한 대본이 운명에 대한 불안함과 존재의 두려움을 강조했다고 느꼈다"며 "사회적인 이슈보다 선행될 수 있는 내 존재에 대한 불안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삶이란 무엇인가 사유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의 원작 '오이디푸스 왕'을 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피하려다 결국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로, 인간의 의지와 선택, 진실을 향한 집념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지 확대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최진아 연출 (왼쪽부터)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최진아 연출 (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신작의 가장 큰 특징은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한 1명을 제외하고 국립창극단 여성 단원 전원으로 출연진을 구성해, 남성 역할인 오이디푸스와 크레온까지 모두 여성 배우들이 맡는다는 점이다.

국립창극단이 전 출연진을 여성 단원으로만 꾸려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작품을 기획한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창극 오이디푸스는 어떤 색깔이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며 "전 출연진이 여성이라는 점에 중점을 둔 기획으로, 배역 자체를 여성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남성의 역할을 여성 배우들이 진행하며 음악적으로 섬세하고 세밀한 느낌을 주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 연출 역시 "유 감독님의 제안이 아주 흥미로웠다"며 "멋진 오이디푸스 역을 여성이 연기한다는 점에서 관객의 기대감도 클 것이고, '남성이나 왕이라면 이럴 것'이라는 틀을 벗어나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작창을 맡은 장서윤 음악감독은 "평소 창극에서는 남성 배우가 있어 저음부를 나눠 맡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원이 여성이라 여성의 목소리가 가질 수 있는 음역의 스펙트럼을 다 쓰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이 장점이자 이번 무대의 음악적 실험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목소리로 음역대를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 활용해 다양하게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 국립창극단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

국립창극단 '오이디푸스'에서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장에 참석한 배우들 또한 전원 여성 캐스팅이 선사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소연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라 부담도 되지만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캐릭터"라며 "원래 판소리 자체가 성별 구분 없이 인물을 표현하는 장르이기에 억지로 남성을 연기한다기보다 성별을 떠나 인간이 겪는 여러 감정을 어떻게 섬세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자가 남자를 연기할 때 남자는 모르는, 여자가 아는 남자의 멋짐이나 극적인 포인트를 표현한다면 관객들도 그 매력을 같이 느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이레시아스 역을 맡은 민은경은 "여성 배우들만 출연한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며 "성별을 떠나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관객과 함께한다면 또 다른 오이디푸스의 탄생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yunn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5일 17시42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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