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 쓴소리…"방송은 묵묵히 시대 이끄는 문화 버팀목 돼야"
"한국 정신 대표하는 연기자가 필생 꿈·연기자는 백지 같아야"
"거울만 보는 게 연기자 아냐…결국 들통나" 후배들 향한 조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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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29일 밤 10시께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15년 11월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 2026.10.30 [최불암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고가혜 기자 = "좋은 배우가 되려면 사람을 연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자신이 먼저 사람이 돼야 합니다."
배우 최불암이 2001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 1천회를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국민 배우' 최불암은 연기자이자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많은 말을 남겼다.
고인은 어머니가 명동에서 운영하던 주점 '은성'에서 예술의 꿈을 키웠다. 수많은 예술인의 아지트로 여겨지던 곳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는 배우 인생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엄격한 스승을 어머니로 꼽았다.
올해 5월 MBC에서 방영한 다큐 '파하 최불암입니다'에 따르면 그는 "어머니가 쌓아주신 틀 속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걸 생각하면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고 회고했다.
최불암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130여 편의 드라마와 90여 편의 영화, 55여 편의 연극을 누비며 연기를 향한 애정과 열정을 보였다.
수많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 단련한 그는 "한국인의 얼을 나타내는 연기자가 필생의 꿈"이라고 말했다. 1989년 한 매체(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한국 정신을 대표하는 연기자로 최불암이 떠오르도록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배우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으론 충실한 시대정신과 직업의식을 꼽았다.
2008년 그는 "연기자란 작가의 펜 끝에 매달린 인형에 불과할 수 있지만, 움직임은 그렇게 하더라도 의식만큼은 내 의식을 가져간다는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자는 사회의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라며 "이 역할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투영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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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에 더없이 큰 관심을 보여왔던 고인은 TV가 미래 세대를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2004년 드라마 '영웅시대' 출연 당시엔 "주변에서 아이들 교육상 좋은 드라마가 있는지 묻길래 바로 '영웅시대를 보여주라'고 했다"며 "나라가 잘되려면 좋은 인간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 삶의 철학을 제시해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한자리에서 함께 보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선배들의 인내와 도전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며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과 준비를 깨우치는 것은 방송 전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007년 낸 에세이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에선 "TV가 미래를 열어주는 진정한 매체가 돼야 한다"며 "닮고 싶은 인물, 따라가고 싶은 인간상을 TV가 그려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TV와 방송 매체의 긍정적 영향력을 기대했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방송계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005년 11월 기자들을 만난 그는 천편일률적으로 가벼운 사랑 이야기, 자극적인 배신 등을 다룬 당시 드라마 풍토를 두고서 "드라마가 재미만 추구하면 안 된다. 드라마로 쓴맛도 봐야지, 단맛만 봐서야 되겠느냐"며 "사랑과 배반 등 말초적인 것만 건드리면 감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현실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익의 책무도 함께 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방송은 묵묵히 시대를 이끄는 '문화 버팀목'이어야 한다."(2013년 에세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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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29일 밤 10시께 세상을 떠났다. 2026.10.30 [최불암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후배 연기자들에겐 애정의 회초리를 들어 따끔한 질책도 가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 거울만 들여다보는 게 연기자가 아니다. 작품 안에서 자신이 직접 길을 찾고 제시하려는 노력 없이 겉모습만 그럴싸해 봐야 결국 정체가 들통나고 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요즘 젊은 연기자들은 스타가 되려는 욕심에 비해 (좋은 배우가 되기 전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짚었다.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과 '전원일기'(1980∼2002)처럼 국내 대표 장수 드라마에 출연한 고인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든 캐릭터를 떨치는 걸 더 큰 과제로 여겼다.
채우는 것만큼이나 비워내는 것에 집중한 그는 "연기자는 백지 같아야 한다"는 연기 지론을 내세웠다.
2006년 '샘터' 2월호에 실린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대담에서는 "좋은 연기(를) 하려면 그림 그리는 캔버스처럼 맑아야 한다"며 "한 인물의 배역이 끝나면 빨리 잊어버리고 타성적 연기와 관습적 캐릭터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칠판을 닦듯이 지워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꾸미고 바르는 일보다 닦고 정화하는 일이 더 급하니까"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기만큼 꾸준한 봉사와 나눔으로 사회에도 헌신했다.
2011년 1월 방영한 KBS 2TV '여유만만'에선 "대중 앞에 얼굴을 내놓고 산 사람이니, 얼굴값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뛰어들어야 한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공인으로서의 도리를 설명했다.
2015년 11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취임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TV 밖에서 실천해 온 삶의 철학과 봉사관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원일기' 금동이 입양 에피소드를 계기로 나눔에 뛰어든 과정을 돌아보며 "내가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저절로 내 앞으로 왔고, 난 그걸 사명처럼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진정한 봉사는 비 맞고 있을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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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입원 치료 중인 배우 최불암(86)을 찾아 쾌차를 기원했다.
최 장관은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의 '국민 아버지' 최불암 선생님을 찾아뵙고 정중히 문안 인사를 드렸다"고 밝혔다. 병문안은 지난 11일 모은영 한국영상자료원장과 함께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병실을 지키던 최불암의 아내인 배우 김민자도 함께 했다.
최 장관은 "최불암 선생님께서는 요즘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예술, 종교까지 많은 말씀들을 들려주시며 저를 따뜻하게 격려해 주셨다"며 "특유의 '파하'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주셔서 무척 많이 안심됐다"고 말했다. 2026.6.13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022년 KBS울산 토크쇼 '남희석의 울산시대'에선 미래 세대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인이 연기한 박영한 반장은 '수사반장' 마지막회에서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진다"고 말한 뒤 경찰서를 나온다. 갑작스러운 도시화·산업화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생긴 사회적 갈등이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시대상을 우려한 말이다.
박 반장의 마지막 말을 빌려 "빌딩이 높아지면 그만큼 그림자도 길어지듯, 눈부시게 성장한 사회의 그늘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 그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바라지 말고 자기 임무에 충실한 뒤 그에 맞는 보상을 받고, 부족한 사람에게 나누기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대의 그늘을 돌봐야 한다는 조언은 후배들에게도 향했다. 고인은 2024년 4월 MBC 다큐멘터리 '돌아온 레전드 수사반장'에 출연해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인 '수사반장 1958'에 출연하는 후배 배우 이제훈, 이동휘 등에게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배우를 '광대'에 비유하며 "국민이 가야 할 길 위에 가시덤불이 있으면 그걸 치우는 게 광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지만, 광대지만,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데) 힘을 보태고 좋은 일은 따르도록 하라"며 "나 역시 그러지 못한 여한이 남아 여러분이 대신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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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Yonhap Korean · 고가혜, 장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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