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트·혈액은행 피습…증거없지만 러시아·중국 등 의심
안보 우려로 비화…미국 군기지 최소 6곳도 원인불명 오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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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몇 주 사이에 유럽 곳곳의 마트와 혈액은행 등을 상대로 '냉장고 해킹 공격'이 벌어졌으나 배후가 밝혀지지 않아 유럽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 '국가 행위자'를 배후로 의심하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보건부에 따르면 1일 밤에서 2일 새벽 사이에 프랑스의 지역 혈액원 여러 곳이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해커들은 -30도여야 할 냉장 설비 온도가 최고 110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기준값 설정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부는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이들 시설에 보관 중이던 혈액 제제에는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AP·로이터·AFP 등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며칠 사이에 벨기에, 에스토니아, 핀란드,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독일, 루마니아, 영국 등 최소 13개 유럽 국가에서 슈퍼마켓 냉장고들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실행됐다.
이 탓에 일부 소매업체들은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식품을 폐기해야만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3일 정보기관 수장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번 사이버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앞서 3주 전에는 프랑스에서 비슷한 냉장고 상대 사이버공격 사건이 대규모로 발생해 슈퍼마켓 수백 곳이 식품을 폐기했다.
또 8월 초에는 미국에서 최소 6곳의 군기지에서 냉장고가 오작동하는 원인 불명 사고가 발생했으며, 미국 국방부는 해킹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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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를 통해 제공된 스웨덴 TT News Agency 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프랑스 슈퍼마켓 상대 해킹은 취약점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보안 패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오래된 기기들에서 발생했거나 관리자들이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는 등 보안 정책이 허술한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이버보안 수사관들은 덴마크의 '댄포스'와 미국의 '코플런드'가 제작한 구식 원격 조종 모듈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단종돼 보안 업데이트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영국의 사이버 담당 장관인 리즈 로이드 "프랑스 슈퍼마켓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이미 알려진 취약점이 악용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약한 비밀번호 사용과 같이 기본적인 사이버 보안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조직들을 계속해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의 리처드 혼 센터장은 기자들에게 해당 프랑스 슈퍼마켓의 냉장고들이 "기본 설정된 비밀번호를 사용한 채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며 이미 알려진 보안 취약점을 악용한 공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BBC에 이번 문제가 "식품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며 직원들이 위험에 노출된 업체 등에 경고하기 위해 밤샘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의 식품·농업 담당 집행위원 크리스토프 한센은 지난 2일 냉장고에 대한 사이버공격을 "우리 식품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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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토마 레니에 EU 대변인은 3일 EU 기관들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의 중이라며 "서로 무관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는 이런 사이버 사고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회복할 역량을 갖추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레니에 대변인 역시 배후로 의심할 만한 세력을 지목하는 것은 거부했다.
온라인에서는 러시아와 연계된 해킹단이 배후를 자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 X에서 'CyberKnow20'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사이버 위협 연구자가 4일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친(親)러시아 해커 집단으로 알려진 'NoName057(16)'과 'Z-Pentest Alliance'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텔레그램 게시물을 올렸다.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다만 이 연구자는 이들이 과연 실제로 해킹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번 공격을 누가 저질렀는지 지목할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으나, 러시아나 중국 등 '국가 행위자들'이 배후에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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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기업 '소포스'의 위협 인텔리전스 담당 수석 디렉터인 레이프 필링은 "내가 보기에 가장 그럴듯한 공격 주체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 차원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이러한 공격을 감행하는 '외로운 늑대'형 해커가 저지른 경우"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국가 연계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며 식료품이 마트 매대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대중이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 해킹 사건의 배후로는 북한이 지목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러시아나 중국과 연계된 해커들이 연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서방 정보기관 수장들은 모스크바가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의 파괴 공작을 벌이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킹은 수법이 비교적 단순해 범인을 특정하기가 더 어렵다며 "악성 코드조차 사용되지 않았기에, 범행 현장에는 공격 도구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필링은 이에 대해 "고무장갑을 끼고 스위치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다만 해킹 방식이 아마추어적이라며 '국가 행위자'의 개입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루마니아 국가사이버보안국(DNSC)의 댄 침페안 국장은 AFP 통신에 "(루마니아의) 다른 기반 시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다소 아마추어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의 행위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solatid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1월05일 11시34분 송고
Source: Yonhap Korean · 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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